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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크로닌

2005.07.13 (08:25:22)

 

제발 제가 우스꽝스러운 짓을 하지 못하도록 도와 주소서

자네는 자네의 인생을 얼마나 훌륭하게 살았는가-
나는 내 인생을 얼마나 허비해 왔나 하고 생각하면,
역시 마음이 슬퍼지는 걸 어쩔 수가 없다.
나는 하나님을 믿고 의지하며 전심전력을 다했다고 생각하지만,
얼마나 심한 장애에 부딪혔고,
또 얼마나 실패를 거듭했는가-
알 수 없는 일이다.
-크로닌, 홍준희 역, <천국의 열쇠>, 하서, 2002, 358쪽-


* * * *


얼굴만 보아도, 인간이 아닌 인간이 너무 많다는 사실은 진리입니다(56쪽). 아무런 신앙도 갖지 않고 신을 무시하는 이교도가 지옥의 불길에 휩싸이지도 않고, 오히려 친절하며 자기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기독교인들이 많습니다(47쪽).

“당신이 말하는 그리스도교도란 어떤 사람일까요. 7일 가운데 하루만 교회에 나간다면 나머지 6일은 거짓말과 거짓된 행동으로 살아가도 되는 사람들입니까?”(261쪽)

똑 같은 하나님을 섬기는 방법이 좀 다르다고 해서 사람들은 서로 미워하며(24쪽), 자기와 다르게 생각한다고 해서 원수처럼 여기는 것은 아주 이상한 짓입니다.

“그리스도는 영원한 사랑을 설교하고 인간의 동포애에 대해 말씀하셨습니다. 산 위에서 ‘죽여라! 죽여라! 증오로 나아가라. 동포의 배에 총탄을 퍼부어라’ 하고 외치진 않으셨습니다. 오늘날 그리스도교 국가의 모든 교회와 대성당에서 울리는 말은 주의 말씀이 아니라 이 세상에 편승해서 아부하는 자와 비겁한 자들의 외침일 뿐입니다”(314쪽).

완력도 행사하며 센샹의 20여리 사방에 있는 작은 불교 사원을 거의 없애버리고 5만명을 개종시킨 기록을 세웠다는 슈레트 신부는 부끄럽게도 ‘침략적인 기독교 포교법’의 전형적인 인물이었을는지도 모릅니다.

“선교사인 당신네들은 입국할 때에는 복음서를 들고 오나 귀국할 때에는 이 땅을 약탈해간다”(349쪽).

* * * *

천국의 열쇠를 가진 이들이 주님의 이름으로 제멋대로 횡포를 부리는 꼬락서니에 이제 하나님도 질려 버리셨을 겁니다(313쪽).

“자기의 행위가 교의(敎義)를 배반하면서 하나님의 이름으로 이교도의 나라인 이 땅에 와서 주민을 개종시킨다는 그러한 주제넘는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중국인이 우리들을 조소하는 것도 깊이 생각해 보면, 조금도 이상할 게 없습니다. 그리스도교, 그것은 허위로 뭉쳐진 종교입니다. 계급과 돈과 국민의 증오로 이루어진 종교입니다! 그리고 사악한 전쟁의 종교입니다”(314쪽).

이것이 전능하신 하나님을 대하는 놈들의 태도란 말인가(126쪽). 누구보다도 마음이 가난하고 이름도 없는 한 인간인 자기들을 구세주가 곁에서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믿으며 수고하는 바보들의 행진이 있습니다(279쪽).

“그런 비웃음은 조금도 겁나지 않습니다. 우리는 처음부터 그런 것을 배웁니다. 남에게 비웃음을 사는 것을. 제가 가장 존경하는 분 중에는 언제나 노천에서 설교를 하시고 사람들은 모두 나와서 비웃었답니다. 그 사람을 바보 취급하여 다니엘 성자라고 불렀습니다. 요즘은 하나님을 믿는 사람은 모두 위선자거나 아니면 바보예요”(117쪽).

그리스도는 그 변변치 못한 것들 때문에 죽으셨습니다(128쪽). 그 변변치 못한 도구가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겁니다(292쪽). 제발 우스꽝스러운 짓을 하지 않게 해 달라고 기도해야겠지요(396쪽). 인생은 짧고, 주님께서 우리릐 모든 기도를 들어주시는데…

“만일 나에게 그만큼의 의지가 있다면 왜 하나님을 대신하여 행해야 할 일이 없다는 말인가. 저 냉담하고 무엄한 군중을, 오늘날 온 세계에 만연되고 있는 유물주의에 물든 무지한 군중들을 인도하지 못하는가”(77쪽).

해설

천국의 열쇠

‘유일하며 진실한 사도적 종교’ 강의 시간에 프랜치스는 타란트 신부에게 이런 질문을 합니다.

“신부님, 종파라고 하는 것은 우연히 생긴 것이니까 하나님도 종파 따위를 그렇게 중요시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요?”(74쪽).

이런 질문을 하면 타란트 선생처럼 ‘굉장한 이단자가 될 소질’이 있다고 말해야겠지요. “왜 사람들은 제각기 자기가 믿고 싶은 대로 내버려 두지 않는 것일까?”(24쪽) 프랜치스의 아버지(카톨릭)는 아내(장로교)에게 자기의 종교를 강요하는 일없이 아주 행복하게 살아왔는데, 억수 같은 비가 오던 날 밤 장로교도와 싸우면서 중상을 입고 어머니의 부축으로 무리하게 다리를 건너다가 거센 탁류에 휩쓸려버립니다(34쪽). 아홉 살의 나이에 졸지에 고아가 된 프랜치스는 아버지의 유산과 보험금을 가로채려는 외할머니의 속셈으로 인하여 그녀의 가족과 함께 비참한 삶을 살게 됩니다(38쪽). 프랜치스를 진찰한 탈록 박사가 자고 있는 고양이를 느닷없이 차면서 말합니다.

“이게 무슨 꼴이야. 어린애를 군함 만드는 중노동을 시키고, 탄광이나 방직 공장에서 혹사시키면서도 그리스도 국가라구? 진짜 그리스도국가가 보면 질색을 할 거야. 아니, 나는 자신이 이교도인 것을 참으로 영광으로 생각한단 말이다”(52쪽).

사람들에게 바보 취급당하며 다니엘 성자라고 불리운 그의 외할아버지는 프랜치스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었지만(117쪽), 집에서 프랜치스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탈록 박사의 연락을 받은 폴리 아주머니가 그를 데리고 기차로 돌아가는 중에,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비스켓을 먹고 있는 프렌치스를 보고 말합니다.

“그들이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그 전부터 알고 있었단다. 얼굴만 보아도 알지. 그런 사람들한테 너를 맡겨 놓았다니, 참으로 멍청한 짓을 했지 뭐냐”(56쪽).

프랜치스의 건강이 회복되고 전에 만났던 먼 친척 노라가 여름 방학으로 와서 서로 연정을 느낍니다. 폴리 아주머니는 프랜치스를 호리웰 신학교 부속 중학교에 보내 그는 그곳 기숙사에서 생활하게 되는데, 방학 전에 아줌마에게서 집에 오지 말라는 편지를 받습니다. 그는 중대한 문제가 생겼다고 생각하여 집으로 갑니다. 사랑하는 노라가 누군가의 사생아를 낳고 억지 결혼을 하기로 한 하루 전 날 그녀는 달리는 열차에 몸을 던져 자살합니다.

“부모님이 그의 곁을 떠났고, 삶의 유일한 즐거움이던 노라가 다시 떠나 버렸다. 이것은 이미 그에게 주어진 천상의 성약(聖約)인 것이다. 그러다, 가자•••가지 않으면 안 된다•••마그냅 신부에게로•••산 모랄레스로. 그리고 자기를, 자신의 모든 것을 하나님께 바치는 것이다. 그는 이때 비로소 자기는 무슨 일이 있어도 사제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결심을 했다”(104쪽).

* * *

1892년 부활절 산 모랄레스에 있는 영국계 신학교에서 일어난 사건은 놀라운 선풍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프랜치스가 대낮에 신학교 문을 나가 나흘이 지난 후 다시 그 정문으로 절름거리며 방탕한 모습으로 태연히 들어왔던 것입니다. 사문위원회에서 과거 품행표를 조사해 보니, 장난이 좀 있을 뿐이었습니다. 데스퍼드 신부가 읽고 있는 신문에 느닷없이 불을 지른 일이 있었는데 왜 그런 짓을 했느냐고 물었습니다.

“악마가 게으름을 피우고 있는 손에 일을 주신 것입니다”(108쪽).

타란트 신부는 우연히 프랜치스의 책상 위에 놓여있는 일기를 봅니다. 그가 사라졌던 나흘에 대해 적어놓은 것입니다. 그는 하루 종일 먹지도 않고 걸다가 완전히 지쳐 있을 때 오얄사발의 도움을 받아 하룻밤 쉬게 됩니다. 신부를 경멸하는 그녀는 프랜치스가 “어차피 이브 때문에 교회를 단념할”(117쪽) 거라고 하면서 유혹을 하지만, 쓸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합니다.

“당신은 신부님이 되기엔 너무나 죄가 없어요. 틀림없이 대실패를 할 거예요”(119쪽).

* * *

프랜치스는 설레는 가슴으로 셀즈리 탄광촌에서 키저 신부의 보좌 신부로 첫 임무를 시작합니다. 키저 신부는 원래가 신경질적이고 까다로운 성격인데다가 나이를 먹을수록 철못을 박아놓은 것처럼 굳어져 있었습니다(125쪽).

“키저는 무의식 중에 자기의 종교를 하나의 공식으로 환원시켜 버리고 있었다. 그것은 내적인 의미라든가 정신적인 의미가 전혀 없는 완고한 자기 고집이었다. ‘이것을 행하라, 그렇지 않으면 지옥으로 떨어진다’-이것이 그의 마음에 새겨진 말이었다”(125쪽).

옛 고향인 타인카슬에 있는 도미니크 성당으로 온지 2년이 지난 어느 날, 친구인 밀리 신부는 그를 ‘마리아의 샘’으로 데려갑니다. 오랫동안 병을 앓던 소녀가 산책을 나갔다가 그곳에서 성모 마리아를 만난 후에 메마른 바위에서 샘이 솟아올랐다는 겁니다. 그후로 소녀는 5일동안 아무 것도 먹지 않았는데 더욱 건강해졌고, 몸에 그리스도의 성흔(손과 발의 못자국)이 나타났다는 겁니다. 결국 항진 상태의 조울병에 걸려있던 샬로트가 병적 흥분으로 손에 혈흔이 생긴 것이라는 해프닝으로 끝나고 말았습니다만, 기독교인들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마리아의 샘’을 찾고 있다는 겁니다.

“교회는 이 이상 어떠한 기적을 필요로 하는가? 교회는 이미 기적으로 그 정당함이 입증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교회의 기초는 그리스도의 기적 위에 깊이 확고부동하게 서 있는 것이다. 마리아의 샘과 같은 현시(顯示)를 만나는 것은 영광된 일이고, 의심할 것도 없이 우리를 고무 격려하는 일이다. 사람들은 모두 나를 포함해서 그것을 위하여 열중했다. 그러나 냉정히 반성해 보면 이미 천상의 꽃이 여기, 이 교회 가운데 우리의 눈 앞에 피어 있는데도 다만 한 송이의 꽃을 찾았었다고 해서 그와 같은 대소동을 벌어야 했을까? 이 이상 더 물질적 증거가 필요한 만큼 우리의 신앙은 약하고 무기력한 것이었다는 말인가? ‘보지도 아니하고 믿는 자는 행복하느니라’ 이 엄숙한 말씀을 사람들은 잊었단 말인가?”(171쪽).

크로닌은 기적이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악한 샬로트와는 달리 착하고 경건한 오웬의 마지막 임종을 보러 달려간 프랜치스는 그가 완전히 회복한 것을 보고 놀랍니다. 어제 동맥이 막혀 절망적이었는데(172쪽) ‘마리아의 샘’의 물을 다리에 적시고 돌아와서 붕대를 풀어보니 다 나았던 것입니다. 합리주의 의사인 윌리 탈록은 과학적으로 강렬한 욕망이 세포의 심리적 재생이라고 변명하려다 맙니다. 하여튼 크로닌이 말하려는 가장 중요한 요점은 프랜치스의 생각처럼 믿는 것 그 자체가 기적인 것이지, ‘마리아의 샘’의 물이든 어느 곳의 물이든 그것이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흙탕물일지라도 그것이 하나님의 얼굴을 비추는 거울이라 한다면 믿는 마음에 보답이 있는 것이다. 마음 속의 지진계가 격동을 기록해 간다. 그것은 신의 불가지성(不可知性)에 대한 인식의 빛이었다”(174쪽).

성직이 성인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부끄러워할 줄 아는 사람, 믿음과 겸손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는 사람이 성인인 것이겠지요.

“어떻게든 자신을 보다 낫게 하려고 노력은 계속하고 있습니다만 그것이 이상합니다•••어렸을 때 성직이라고 하는 것은 모두 절대로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완전한 인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177쪽).

1902년 프랜치스 신부는 텐진에서 1천 마일 떨어진 오지에 선교사로 파송되어 갑니다. 전임자 롤로 신부의 3년간 활약으로 영세받은 자가 1천명이상이라고 하였는데, 막상 가보니 실제로는 도둑인 왕씨부부만이 있었습니다.

“하나님, 당신은 저에게 무에서부터 시작하라는 것입니까. 이것이 저의 허영, 저의 고집과 오만에 대한 벌인가요. 그러시다면 좋습니다. 절대로 중도에서 그치지 않겠습니다. 절대로•••절대로!”(188쪽).

그에게 가장 큰 희망은 아이들이었습니다.

“미래는 아이들의 것이며•••아이들은•••아이들은•••바로 하나님의 아이들이리라”(219쪽). 페스트가 중국 대륙을 온통 휩쓸었을 때 그를 도와주기 위해 왔던 절친한 친구 탈록, 낙천가인 그도 몹시 신경질적으로 변했고 우울해 보였는데, 그는 지옥이 이곳보다 더 참혹할 거라고 생각하느냐고 묻습니다.

“지옥은 바로 인간이 희망을 놓아 버린 상태를 말하는 것일세”(251쪽).

페스트와 끔찍한 전쟁을 벌렸던 의사 탈록은 페스트에 걸려 “누구든 결국은 출발 전으로 되돌아가서 서게”(256쪽) 된다고 합니다. 하나님은 그를 알고 계신다는 프랜치스의 말에 자기는 회개를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인간의 괴로움이 바로 회개라네”(257쪽).

수녀원장은 신앙을 전혀 갖지 않은 무신론자인 탈록 의사에게 프랜치스가 영원한 보상을 약속한 것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합니다.

“우리는 신앙에서뿐만 아니라 행위에 대해서도 하나님의 심판을 받습니다”(261쪽).

확고한 믿음만 가지면 결코 지옥으로 떨어지지는 않는다는 교의에 반하여, 부끄럽지 않게끔 자신의 삶에 성실한 자세를 갖는다면 사람들은 누구나 다 구원을 받는다(262쪽)고 말합니다. 프랜치스 신부는 노자의 말에 동의하고 있는 겁니다.

“종교는 많지만, 진리는 하나며 우리는 모두 한 형제다”(293쪽).

또 다시 홍수가 덮쳤을 때에 세상이 이것으로 끝나 버리는 것은 아니니 기운을 내라고 격려합니다(266쪽).

“그게 바로 사람이 살아가는 일이 아닌가. 인생이란 아무것도 없는 것 위에 그 무엇을 세우는 것일세”(267쪽).

홍수가 완전히 성당을 휩쓸어 가고 아무 것도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때(268쪽), 그 역시 마음 속 갈등을 겪지 않을 수 없었을 겁니다.

“어쩌면 자신은 신의 눈에도 인간의 눈에도 실패자로 보이는 것이 아닐까. 이루어 놓은 것이라곤 보잘것없고, 그것도 미숙하기 짝없는 탓에 모래 위에 성처럼 흔적없이 사라져 버렸다.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277쪽).

마음도 영혼도 가난하기 짝없는 평범하고 무기력한 인간일 뿐입니다(279쪽). 있는 대로 모조리 남에게 주어버리는 프랜치스가 눈보라가 매섭게 몰아치는 겨울 수녀들이 정성껏 만들어 준 옷을 벗어서 얼어죽어가는 자에게 준 것에 대해, 수녀들이 항의하자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리스도교도로서 살지 않는다면 아무리 입이 닿도록 그리스도교의 교리를 설교한들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그리스도라면 반드시 그 거지에게 옷을 벗어 주셨을 겁니다”(300쪽).

서양인에게 된장이라는 것이 어떤 건지 아무리 설명해도 짐작할 수 없을 겁니다. 갈색의 밀가루 풀같이 생긴 것으로, 아무도 그 맛에 길들여지기는 불가능할 것인데(265쪽), 그 맛을 즐기지 못하고 선교한다고 하기 어려울 겁니다. 그의 후임으로 온 두 젊은 신부가 비행기가 닿는 도시로 만들고 개종자를 그래프로 표시하여 보이겠다고 하자, 자부심만 강하지 않다면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거리고 합니다.

“친절과 도량으로, 무엇보다도 서양식으로 계란 먹는 법 따위를 중국 노인들에게 가르치려 하지 말고 말일세”(395쪽).

35년 중국 선교를 마치는 송별식장에서 그는 “하나님!” 하고 마음속으로 외칩니다.

“제발 제가 우스꽝스러운 짓을 하지 못하도록 도와 주소서”(396쪽).

* * *

프랜치스는 오랜만에 출세주의자인 밀리 신부를 만나니, 세월이 그를 더 훌륭하게 만들어주었음을 시인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고위 성직자다운 고상한 위엄을 드러내고 있는 주교에게 말합니다.

“자네 곁에 있으니 나는 마치 낡은 걸레뭉치가 돼버린 기분이군. 밀리. 어쩌면 이것이 하나님이 보여 주신 진리인지도 모를 일이야. 하나만 나도 마음은 아직 무척 젊다네”(402쪽).

프랜치스는 친구 밀리 주교에게 자기의 고향 티드사이드로 보내달라고 부탁합니다(402쪽). 5주일이 지나서 그는 옛날 애인 노라의 딸이 낳은 안드레아를 찾아, 티드사이드로 돌아옵니다. 예전에 폴리 아주머니가 자기를 지옥 같은 삶에서 구출해 주었던 것처럼•••

“하나님이 나를 중국에서 떠나 여기에 오도록 하신 것은 오로지 이 조그마한 아이 때문인 것이다”(407쪽).

1938년 9월 성 콜롬바 교회에서 프랜치스를 방문하러온 주교의 비서인 스리스 신부의 눈에 성직자의 신분으로서 프랜치스는 너무 한심스럽게 보였습니다. “얼룩진 더러운 법의, 뗏국이 반들거리는 칼라, 혈색이 까칠한 피부의 볼품없는 늙은이!”(11쪽) 스리스 신부는 양초값 3파운드와 그 밖의 모든 것을 동전으로 지불했느냐고 묻자, 그는 받은 것이 모두 동전이었기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언제나 나는 돈에 대해선 관심이 없으니까 돈이란 것을 가져 본 경험이 없어서•••그러나 결국 당신은 돈이란 것을 그렇게까지 중대하게 생각하고 있군요”(13쪽).

스리스 신부는 교리에 대해 이것 저것 묻더니, 그에게 클리톤의 노사제관으로 가서 완전한 평화와 안식을 누리라고 합니다. 프랜치스는 갑자기 메마른 짧은 웃음을 터뜨립니다.

“완전한 안식이라면 죽은 뒤에 충분히 취하겠습니다. 살아 있는 동안은 늙은 신부들과 함께 있고 싶지 않아요. 이상하게 여기실지 모르겠으나•••나는 신부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에서는 견딜 수가 없기 때문이오”(15쪽).

스리스 신부가 나가자 프랜치스는 깊은 생각에 잠겨 손으로 얼굴을 감산 채 꼼짝도 않고 앉아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실망이라는 것은 있는 법입니다(86쪽).

“무엇인가가 완전히 부서져 버린 느낌이었다. 오랜 세월동안에 여러 가지 환경에서 어거지로 얻은 체념도 이번만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는 심정이었다. 뭔가 하나님에게도 사람들에게도 버림받은 무의미하고 낡아빠진 인간처럼 생각되었다”(16쪽).

언제나 아래로 향하고 있는 눈은 날카로운 사팔뜨기며, 그것이 이상스럽게도 스리스 신부를 당황하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었던 모양입니다(12쪽). 그는 보고서를 주저없이 갈기갈기 찢어서는 마룻바닥에 던져버리고 신음소리를 내며 쓰러지듯 무릎을 꿇었습니다(415쪽).

“‘오 하나님이시여!’ 그의 입에서 간절한 탄원이 흘러나왔다. ‘저 노인에게 주신 것 같은 훌륭한 교훈을 저에게도 내려 주옵소서. 그리고 제가 제발 저 노인과 같은 초연한 인간이 되도록 하시옵소서!’”(415쪽).

노라를 닮은 안드레, 일곱 살난 꼽추 (406쪽), 프랜치스 신부는 그 아이와 함께 낚시를 갑니다.

“티드사이드 제일의 낚시꾼과 연어를 낚으러 가다니, 넌 행복한 녀석이다. 주님께선 물고기를 주셨고••• 우리는 그걸 낚으러 가는 거다. 안드레야!”

절친한 친구 탈록이 죽을 때 “누구든 결국은 출발 전으로 되돌아가서 서게 되지”(256쪽)라고 한 말처럼, 프랜치스도 처음으로 돌아오고 이 소설도 맨 마지막에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갑니다. <천국의 열쇠> 마지막 제 6부의 제목은 ‘시작의 끝머리’입니다. <천국의 열쇠>의 구성과 스토리 전개는 너무나 완벽합니다. 교훈과 감동 또한 놀라우며 일일이 해설하지 못하고 함축적으로 전개한 점을 용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안드레, 꼽추, 어부, 고향•••

누가 천국의 열쇠를 가진 것일까? 우리는 “제발 제가 우스꽝스러운 짓을 하지 못하도록 도와 주소서”(396쪽)라고 기도해야 하겠지요.

“자네는 자네의 인생을 얼마나 훌륭하게 살았는가-나는 내 인생을 얼마나 허비해 왔나 하고 생각하면, 역시 마음이 슬퍼지는 걸 어쩔 수가 없다. 나는 하나님을 믿고 의지하며 전심전력을 다했다고 생각하지만, 얼마나 심한 장애에 부딪혔고 또 얼마나 실패를 거듭했는가-알 수 없는 일이다”(35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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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변변찮은 해제지만 아침부터 지금까지 하루종일 썼습니다. 지금 새벽 1시 31분 지나고 있습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피와 살을 짜내는 고된 작업입니다. 읽는 사람도 많지 않은데, 왜 그렇게 힘들게 쓰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습니다. 부족한 저도 저도 프랜치스처럼 기도할 뿐입니다. “하나님! 제발 제가 우스꽝스러운 짓을 하지 못하도록 도와 주소서.” 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