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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다자이 오사무

2005.05.25 (04:54:33)

 

이제, 난, 완전히, 인간이, 아니게 됐습니다

(그런 짓은 세상이 용서치 않아.)
(세상이 아니라 네가 용서치 않는 거겠지.)
(그런 짓을 하면 세상으로부터 큰일을 당한다.)
(세상이 아니야. 네가 그러고 싶은 거겠지.)
(당장에 세상에서 매장된다.)
(세상이 아니야. 날 매장하는 건 바로 너 아니냐?)
너는 네 안에 들어 있는 악마성, 괴기스러움, 악랄함, 능구렁이 같은 기만성, 요망함을 깨달아라!
갖가지 말들이 다 가슴속에서 솟아 나왔지만.

-다자이 오사무, 오유리 역, <인간 실격>, 문예출판사, 2003, 94쪽-


* * * *


<인간 실격>은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일까 라는 질문을 새삼스럽게 생각나게 합니다. 열 살 정도의 아이가 고개를 30도 정도 기울이고 보기 흉하게 웃고 있는 사진, 어떻게 보면 귀여운 아이, 어떻게 보면 기분 나쁜 얼굴(9쪽), 웃는 얼굴을 자세히 보면 볼수록 왠지 모르게 음침한 느낌을 주는데 아무리 봐도 웃는 얼굴이 아니고, 전혀 웃고 있는 게 아닌(10쪽),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친숙한 느낌이 들지요?

“인간이란 이렇게 두 주먹을 꽉 움켜쥐고서 웃을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원숭이다. 원숭이의 웃는 모습이다. 단지 얼굴에 보기 흉한 주름을 잡고 있는 것이다”(10쪽).

간단히 말해서 하나부터 열까지 만들어진 장식품 같은 느낌이다. 계산된 표정이라고 표현하기엔 모자라다. 경박스럽다고 표현하기에도 모자란 감이 있다(10쪽). 아, 인간의 삶이라는 것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13쪽).

“인간은 밥을 먹지 않으면 죽기 때문에, 먹기 위해 일을 하고, 밥을 먹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만큼 난해하고 협박조로 들린 말은 없습니다”(15쪽).

그래서 사람들은 ‘우스운 행동’을 하는가 봅니다(17쪽). 생각하면 할수록, 인간의 삶이란 점점 더 풀 수 없는 수수께끼입니다(17쪽).

“길을 걸을 땐 무슨 생각을 할까. 돈? 설마 그것만은 아니겠지. 인간은 먹기 위해 산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있는 것 같긴 하지만 돈을 위해 산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17쪽).

* * * *

모든 인간들은 서로의 불신 속에서 야훼(하나님)도 뭐도 염두에 두지 않고, 태연스럽게 살고 있지 않습니까?(25) 서로 속이면서도, 결백하고, 명랑하게 살고 있는, 혹은 그렇게 살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인간들 자체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입니다(27쪽).

“서로가 서로를 속이고, 믿을 수 없지만, 그러면서도 어느 쪽도 어떤 상처도 남기지 않아, 겉으로는 전혀 표가 나지 않고, 서로 속이고 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는 듯한, 기막히게 완벽한, 그야말로 결백하고, 명랑한 불신의 사례들이 인간 생활에 가득 차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나는 인간들이 서로 속인다는 일에 별 흥미를 느끼지 않습니다. 그렇게 따지면 나야말로 아침부터 밤까지 ‘우스운 행동’으로 사람들을 속이고 있는 거니까요”(26쪽).

아아, 인간은 서로 상대에 대해 아무것도 아는 게 없고 완전히 잘못 알고 있으면서도,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인 양 평생 자신이 착각하고 있다는 사실은 깨닫지 못하고, 상대가 죽으면 눈물 흘리며 조문 따위를 읊어대는 것 아닐까요(93쪽).

“호리키는 내심 나를 진정한 인간으로 생각하지 않았던 겁니다. 나를 단지 죽어야 할 때 죽지 못해 살아남은, 수치도 모르는 철면피, 이른바 ‘산 송장’으로 밖엔 보지 않았고, 그러면서 자신의 쾌락을 위해 나를 이용할 수 있는 데까지 이용하는, 단지 그게 다인 ‘친구’였다고 생각하니, 확실히 기분이 좋을 순 없었지만, 한편으로 생각하면 호리키가 나를 그리 보고 있는 것도 잘못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나는 옛날부터 인간 자격이 없는 것 같은 아이였다”(113쪽).

요우죠우의 불행은 거부하는 능력이 없는 자의 불행이었습니다. 남이 권하는데 거부하면, 상대에게나 그에게도 영원히 치유할 수 없는 틈이 생기는 것 같은 공포에 위협받고 있었던 겁니다(132쪽). 인간, 실격(133쪽). 이제, 그는, 완전히, 인간이, 아니게 되었던 것입니다(134쪽).

“이제 나는 죄인의 신세가 아니라 광인이었습니다. 아니, 난 결코 돌거나 하진 않았습니다. 한 순간도 미친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아아, 광인은 대개 자신들이 미치지 않았다고 한다지요. 다시 말하면, 이 병원에 수감된 자들은 미친 사람이고, 들어오지 않은 자들은 정상이라는 말이 됩니다. 신께 묻습니다. 무저항은 죄인가요?”(133쪽).

해설

1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바로 ‘우스운 행동’입니다

<인간 실격>의 첫 부분 ‘소개하는 글’이 사진 석 장에 대한 감상으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나는 지금까지 이런 이상한 남자 얼굴을 본 적은, 역시, 한 번도 없다”(12쪽)고 서두를 끝내고 있는데, 세상에서 이와 같은 사람은 없을 겁니다. 소설 속의 인물이 과장되어서 그렇지, 그런 기괴한 인물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 자신인 것입니다. 인간의 실상을 그려보면, 그런 기괴한 모습이 될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첫 번째 사진은 열 살 전후의 꼬마 모습입니다. 여러 명의 여자에 둘러싸여 보기 흉하게 웃고 있는 사진입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만들어진 장식품 같은 느낌(10쪽), 웃고 있기는 하지만 인간의 삶을 보면 웃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죠. 사진을 잘 들여다 보면 잘 훈련된 원숭이처럼 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일 겝니다. 웃는다는 건 얼굴에 주름잡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지요. 자, 웃어보세요. 그리고 거울을 보면 기괴한 모습이 될 겁니다.

“인간이란 이렇게 두 주먹을 꽉 움켜쥐고서 웃을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원숭이다. 원숭이의 웃는 모습이다. 단지 얼굴에 보기 흉한 주름을 잡고 있는 것이다”(10쪽).

두 번째 사진은 학생의 모습인데, 찡그린 원숭이의 웃음이 아니라 아주 세련된 미소이긴 한데, 그것이 어딘지 모르게 인간의 미소와는 다르게 기괴하고 음침한 기운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10쪽). 마지막 사진은 머리가 희끗희끗 센 듯한 모습인데, 이 얼굴은 표정이 없고, 인상이란 게 없고, 특징이 없는, 그림이 되지 않는 얼굴입니다(11쪽).

“이른바 ‘죽을 상’이라는 것도 어떤 표정이라든가 인상이라든가 있게 마련인데, 인간의 몸뚱이에 짐수레이 끄는 말의 목을 떼다 붙여놓으면 이런 느낌을 줄까”(12쪽).

시간적으로 나타난 인간의 자화상을 요약해서 보여주고 있는 겁니다. 기나긴 듯한 인간의 삶을 한 마디로 환원하여 정리한다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하면 놀리는 것 같고, 원숭이가 보기에도 우스운 이야기이지만, 결국은 그런 겁니다.

“부끄러운 생애를 살아왔습니다”(13쪽).

왜 사느냐 물으면 웃지요, 라는 말에서도 인생의 우스운 꼴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있지만, 인간은 원숭이처럼 먹는 것에서 우스운 짓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 요우처럼 똑똑한 아이는 식사 시간이 공포의 시간이었을 겁니다. 이해하기 어려울지 모르겠지만, 인간은 밥을 먹지 않으면 죽기 때문에, 먹기 위해 일을 하고, 밥을 먹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만큼 난해하고 협박조로 들린 말은 없다는 것입니다(15쪽). 인간은 먹는 것을 위해 살까, 돈을 위해 살까, 돈을 위해 산다고 하는 사람은 없지만, 하루 세 끼 밥을 심각하게 먹어야 하는 이유는 뭘까, 생각할수록 풀 수 없는 수수께끼입니다(17쪽).

“인간은 어째서 하루에 꼭 세 번씩 밥을 먹는 걸까. 정말 모두들 엄숙한 얼굴로 밥을 먹고 있다”(15쪽).

2 나는 이제 여자가 없는 곳으로 갈 거야

요우에게는 남자보다 여자가 몇 배가 더 이해하기 어려운 존재였다는데, 도대체 속을 알 수 없는 존재였답니다(34쪽).

“여자는 곁에 다가왔다가는 뿌리친다. 때로 여자는 다른 사람이 있는 자리에서는 나를 깔보고 매정하게 대하고, 아무도 없을 때는 꽉 끌어안는다. 여자는 죽은 듯이 깊이 잠든다. 여자는 잠자기 위해 사는 건 아닐까, 그 외에도 여자에 대한 다양한 관찰을 나는 이미 어릴 적부터 터득하고 있었는데, 같은 인간이면서도 남자와는 완전히 다른 종의 생물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또한 이 불가해하고 방심할 수 없는 생물들은, 이상하게도 나를 돌보아줍니다”(35쪽).

여자는 요우의 우스운 행동에 훨씬 더 너그러운 듯합니다(35쪽). 여자들의 넋을 빼앗는 분위기가 요우의 몸 어딘가에 감돌고 있다는 것은, 사람을 홀린다거나 꼬신다거나 하는, 비웃자고 지껄이는 농담이 아니라 부정할 수 없는 모양입니다(48쪽). 뻔한 일이겠지만, 인간의 마음에는 원래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시무시한 것이 있고, 욕심이라고 표현하기엔 뭔가 부족하고, 허영이라 하기에도 그렇고, 색(色)과 욕(慾)을 나란히 두어도 그런데, 뭔지 나도 잘 모르겠지만, 인간 세계의 밑바닥에는 불가사의하고 괴기스러운 뭔가 있는 가 봅니다(49쪽).

“그런데 여자는 적당한 선이란 걸 모르고 계속해서 내게 그 ‘우스운 행동’을 해보라고 요구해, 나는 그 끊임없는 앙코르에 응하느라, 녹초가 되곤 했습니다. 정말이지 잘 웃습니다. 도대체 여자는 남자보다 쾌락을 흘러 넘치도록 향유할 수가 있는 것 같습니다”(35쪽).

여자라는 존재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지 생각하는 것은, 마치 지렁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살피는 것보다 더 복잡하고 골치 아파서, 섬뜩한 느낌마저 듭니다(37쪽). 요우는 그 뻔한 수작에 몸서리치면서도 “네, 그럴게요”하고 애수를 머금은 미소를 띠며 대답합니다. 아무튼 화나게 만들면 무섭다. 무슨 짓이든 해서 속이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런 일념으로, 매번 그 추하고 보기 싫은 여자에게 ‘봉사’하는 마음으로, 그녀가 물건을 사주면 기쁜 얼굴로 받고, 농담 짓거리를 해가며 웃기곤 했던 것입니다(57쪽).

“이봐 넌 착한 남자야. 이건 네 잘못이 아니다. 이렇게 착한 남자로 낳아준 네 어머니가 잘못이지”(70쪽).

어렸을 때 찍었다던 ‘어린 꼬마가 여러 명의 여자에 둘러싸여 보기 흉하게 웃고 있는 사진’을 기억하시겠지요. 요우는 여자들에 의해서 착하게 만들어졌다는 겁니다.

“남자들은 대개 슬슬 눈치나 보고 겉모양만 번드르르하게 가장한, 결국엔 쩨쩨한 인간들이었습니다”(107쪽).

그는 여자가 없는 곳(정신병원)으로 갑니다. 여자가 없는 곳으로 가겠다는,수면제를 집어 삼켰을 때 요우가 한, 바보 같은 잠꼬대가 실로 교묘하게 실현 된 것입니다(133쪽). 인간 실격. 완전히 인간이 아니게 된 것입니다(134쪽).

“틀림없는 폐인”(134쪽).

요우에게는 그립고도 두려운 존재, 아버지가 없었습니다(134쪽). 이건 요우가 아버지가 없이 자랐다는 것이 아니고, 도쿄에 볼 일이 많았던(19쪽) 아버지는 무거운 고뇌의 항아리의 원흉이었던 것 같습니다(134쪽).

“그 사람의 아버지가 잘못이었어요. 우리들이 알고 잇는 요우는 아주 정직하고 영리하고, 술만 그리 마시지 않았다면, 아니, 술을 마셔도, …. 천사같이 착한 아이였어요”(140쪽).

3 신께 묻습니다

요우에겐 서로 속이면서도, 결백하고, 명랑하게 살고 있는, 혹은 그렇게 살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인간들 자체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였습니다(27쪽). 모든 인간들은 서로의 불신 속에서 야훼도 뭐도 염두에 두지 않고, 태연스럽게 살고 있다는 것이 신비였던 겁니다(25쪽). 그럴 때 수렁에서 잡아 끌어주는 가느다란 끈, 어린 시게꼬가 ‘기도를 하면 신께서 무든 소원이든 들어주신대. 정말이야?’라고 천진난만하게 물을 때, 요우는 기도라도 하고픈 심정이었습니다(91쪽).

“아아, 내게 냉철한 의지를 주십시오. 내게 ‘인간’의 본질이 무엇인지 가르쳐주십시오. 인간이면서 인간을 밀어젖힌다 해도 죄를 묻지 마시고 내게 분노의 마스크를 주십시오”(91쪽).

믿지 못하는 요우에게 천국은 없어도 지옥은 있었던 것입니다.

“나는 신조차 두려워하고 있었습니다. 신의 사랑은 믿지 못하고, 신이 내릴 벌만을 굳게 믿고 있었습니다. 신앙. 그것은 단지 신의 채찍을 받기 위해, 심판대를 향하여 무릎을 꿇는 일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지옥은 믿을 수 있어도, 천국의 존재는 아무리 애써도 내겐 보이지 않았습니다”(91쪽).

서로가 서로를 속이고, 믿을 수 없지만, 그러면서도 어느 쪽도 어떤 상처도 남기지 않아, 겉으로는 전혀 표가 나지 않고, 서로 속이고 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는 듯한, 기막히게 완벽한, 그야말로 결백하고, 명랑한 불신의 사례들이 인간 생활에 가득 차 있다고 생각하여, 아침부터 밤까지 ‘우스운 행동’으로 사람들을 속이고 있는(26쪽) 요우에게 선악의 개념은 인간이 만들어낸, 인간이 자기들 마음대로 만들어낸 도덕적인 말이라고 믿어야 맘이 편하겠지요(114쪽). 부정함이란 걸 모르는 버지니티(106쪽), 요우는 그 꽃을 훔쳐 결혼하는데(107쪽), 그 요시꼬의 순진무구한 신뢰가 하룻밤에 더러운 똥물로 변해 버렸습니다(119쪽).

“용서하고 말 것도 없습니다. 요시코는 단지 신뢰의 화신입니다. 사람을 경계하는 걸 몰랐던 겁니다. 하지만 그래서 안게 된 비애. 신께 묻습니다. 신뢰는 죄인가요”(119쪽).

과연 순진한 신뢰는 죄의 원천인가요, 요우에게는 견딜 수 없는 고통의 씨앗이 되었습니다(119쪽). 요시꼬의 보기 드문 미덕 때문에 겁탈을 당한 것이고, 그 미덕은 남편 요우가 늘 동경해 온 순진한 신뢰라는 참을 수 없이 가련한 것이었던 겁니다(120쪽).

“불행. 이 세상에는 여러 불행한 사람들이 아니, 불행한 사람들만 존재합니다. 그리 말해도 과언은 아니겠지요. 하지만 그 사람들의 불행은 세상에 대해 당당히 항의할 수 있고, 또 ‘세상’도 그 사람들의 항의를 쉽게 이해하고 동정합니다. 그러나 나의 불행은 모두 나 자신의 죄악에서 비롯된 것이어서, 어느 누구에게도 항의할 길이 없고, 또 입에 담고 한마디라도 항의조의 말을 꺼내면, 넙치를 비롯한 세상 사람들 전부가, 이제 봤더니 저런 말도 할 줄 아는 놈이었네 하고 놀라자빠질 게 뻔하니, 나는 도대체가 남들이 말하는 ‘제멋대로’인 인간일까요, 아니며 그와 정반대로 너무 나약한 걸까요. 나 자신도 분간할 수 없지만, 아무튼 난 죄악의 덩어리 같은 놈으로, 끝이 있다면 끝까지 점점 더 불행 속으로 깊이 빠져들기만 해 멈출 도리가 없습니다”(125쪽).

순진한 신뢰는 죄입니까?(120쪽) 믿지 못하고 우스운 삶을 살아왔던 요우의 고통어린 탄식, 인생의 첫 번째 질문입니다. 죽고 싶다. 죽어야 한다.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죄의 씨다. 이런 생각으로 머릿속이 터질 것 같아도, 역시나 아파트와 약국 사이를 반미치광이가 되어 왔다갔다하기만 할 뿐이었습니다(130쪽).

“죽고 싶다. 당장에 죽고 싶다. 이젠 돌이킬 수 없다. 어떤 일을 해도, 무슨 짓을 하더라도, 난 구렁텅이로 빠져들기만 한다. 수치에 수치를 더할 뿐이다”(130쪽).

인간은 육체를 떠나 살 순 없는 모양입니다. 요우가 알코올 중독이 됐나 봅니다(126쪽).

“나의 불행은 거부하는 능력이 없는 자의 불행이었습니다. 남이 권하는 데 거부하면, 상대에게나 내게도 영원히 치유할 수 없는 틈이 생기는 것 같은 공포에 위협받고 있었던 겁니다”(132쪽).

요우가 결국 정신병원에 강제로 갖히게 된 불행은 원숭이처럼 남이 권하는 것을 거부하지 못했기 때문에 초래된 것이라는 겁니다. 무저항, 인생의 두 번째 질문입니다.

“이제 나는 죄인의 신세가 아니라 광인이었습니다. 아니, 난 결코 돌거나 하진 않았습니다. 한 순간도 미친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아아, 광인은 대개 자신들이 미치지 않았다고 한다지요. 다시 말하면, 이 병원에 수감된 자들은 미친 사람이고, 들어오지 않은 자들은 정상이라는 말이 됩니다. 신께 묻습니다. 무저항은 죄인가요?”(133쪽).

인간의 삶이란 신뢰를 바탕으로한 순응이라는 인간의 이상은 잘 조련된 원숭이, 아니면 정신병자 양자택일이라는 것이겠지요. 무한한 신뢰(거짓된 인간 사회)와 무저항(인간 사회에 자연스러운 순응)으로 사는 인간은 미친 사회에서 정신병동에 수용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고발하는 겁니다. <인간 실격>은 1948년 이 글을 다 쓰고 다마 강에 투신 자살한 다자이 오사무, 길지도 않은 삶을 죄의식과 좌정, 공포, 그리고 약물 중독, 자살 미수 등으로 살아간 자기 자신의 이야기입니다. 결국 인생을 예리하게 관찰하여 고발했던 오사무, 그의 글이 우리 가슴에 사무치는 것은 그건 우리 자신의 고백이기 때문일 겁니다. 그가 <인간 실격>에서 탈출한다고 하더라도 결국은 인간 실격으로 끝나겠지요.

“이제 여기서 나가더라도 나는 역시 광인, 아니 폐인으로 낙인찍히게 되겠죠. 인간, 실격”(133쪽).

“이제, 난, 완전히, 인간이, 아니게 됐습니다”(134쪽). 그럼에도 인간이 아닌 우리는 인생을 즐기며 살아갑니다. 서로가 서로를 속이고, 믿을 수 없지만, 그러면서도 어느 쪽도 어떤 상처도 남기지 않아, 겉으로는 전혀 표가 나지 않고, 서로 속이고 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는 듯한, 기막히게 완벽한, 그야말로 결백하고, 명랑한 불신의 사례들이 인간 생활에 가득 차 있다고 생각하여, 아침부터 밤까지 ‘우스운 행동’으로 사람들을 속이고 있는 겁니다(26쪽). 허무, 단지 모든 것은 스쳐 지나간다고 믿는, 도덕은 고상한 인간의 발명품이라 믿는, 그리하여 죄도 없고 악도 없는, 그러나 아무리 애를 써도 천국은 보이지 않고 지옥만 있는(91쪽), 그렇고 그런 인생을 몸부림치며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이제 내겐 행복도 불행도 없습니다. 그저 모든 것은 스쳐 지나갑니다. 내가 지금까지 그렇게 몸부림치며 살아왔던, 이른바 ‘인간’ 세상에서 단 하나 진리라고 생각한 것은, 바로 그것입니다. 단지 모든 것은 스쳐 지나간다”(1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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